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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씨의 365 재무설계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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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 함께...

사춘기 아들 사용 설명서

스완씨 2012. 8. 20. 19:30

 

 

 

[토요판] 가족 사춘기 아들, 부모님 전상서


“엄마, 스토킹은 그만~ 17살 아들에게도 사생활이 있어요”
아, 기나긴 잔소리... 머나먼 사생활이여

 

내 방문은 불쑥 열어보고
휴대폰 슬쩍 훔쳐보고
그러고도 위풍당당...


아들이라도 이건 스토킹이죠

대화 십중팔구는 공부·성적
“더 노력해라” 채찍 말고
가끔 위로와 격려 부탁해요

 

 

 

다음은 한겨레 인테넷 신문에서 따온 글인데...

요즘 우리집 사정과 너무나 흡사해서 공감 200%의 느낌으로 올려봅니다.

이 글 읽고, 저와 우리 안사람 무척 미안해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나는 올해 17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남학생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웬만해선 부모님 말씀을 따르는, 제법 모범적인 아들이라고 자부한다.

이 착한 아들도 가끔은 ‘울컥’할 때가 있다.

부모님과의 마찰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오늘은 큰맘 먹고 속에만 묻어놨던 울컥하는 순간들을 부모님께 알려드리기로 결심했다.

엄마, 아빠! 제 얘기에 귀 기울여주실 거죠?

 

 

 

요새 내 고민은 부모님의 잔소리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나니 부모님의 잔소리가 몇 배로 늘었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안다.

엄마, 아빠는 “다 약이 되라고 하는 말”이라고 하신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대체로 ‘약’이란 걸 알지만 들을 땐 어디 그런가.

처음엔 공감하다가도 10분 이상 똑같은 말을 들으면 그 좋은 약도 그냥 ‘쓴 약’일 뿐이다.

그럴 때면 부모님 말씀이 왼쪽 귀로 들어왔다 슬그머니 오른쪽 귀로 빠져나간다.

듣다가 듣다가 한마디 한다. “충분히 알아들었어요.”

돌아오는 건 호통이다. “얘기 그만 듣고 나가 놀고 싶다는 거지?”

이런 언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때론 부모님과 2~3일 서먹서먹하게 지내게 되기도 한다.

충고는 짧지만 굵게, 확실하게 요점만 임팩트 있게 해주시면 안 되는 건가? 엄마가 말씀하신다.

“너 하는 거 보니 아직 잔소리 덜 들은 거 같다.”

 

 

우리 집에서 가장 잔소리가 심한 사람은…음, 엄마다.(엄마, 죄송!) 우리 엄마는

“난 다른 엄마들에 비해 개방적이고 쿨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신다.

그런데 쿨한 엄마의 방식은 그렇게 썩 쿨하진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내 생각엔 엄마는 내가 밖에서 4시간 이상 노는 걸 못 견뎌 하시는 것 같다.

“놀 땐 놀아야지” 쿨하게 얘기해 놓고선, 갑자기 왕창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공부는 어디까지 했냐” 물으니 말이다.

에휴. 놀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헷갈린다.

 

 

 

휴대폰은 엄마의 잔소리를 ‘폭증’시키는 도구다.

엄마 앞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장면이 2번 이상 포착되는 날엔 꼭 이런 말을 듣는다.

“내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지. 저걸 없애버리든지 해야지 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왜 나를 몇 시간 이상 휴대폰을 들여다본 사람처럼 혼내냐는 것이다.

엄마는 “휴대폰 좀 그만해. 한 시간은 했어!”라며 화를 내시곤 한다. 고작 14분, 정확하게 14분 들여다본 날도 그랬다.

경험치로 볼 때 엄마는 내가 휴대폰을 들고 있는 걸 지켜보고 계시다가 10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한 시간은 한 것처럼 ‘느끼고’ 혼을 내시는 것 같다.

 

 

 

아무리 아들이지만, 아들에게도 ‘사생활’이란 게 있다.

부모님이 내 방문을 벌컥벌컥 열 때면, 여러 이유로 깜짝 놀라 당황스럽다.

그럴 때면 “왜 그렇게 놀라냐. 뭐 잘못이라도 했냐”고 하신다. 억울하다.

그래서 한번은 ‘복수’를 감행했다. 부모님이 쓰시는 안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거다.

결과는? 혼났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돌아온 답. “말로 하지 그랬냐.” 수십번 얘기했다는 걸 그새 잊으신 모양이다.

부모님이 싫어하는 행동은 아들도 싫어한다. 제발 노크 좀 해줬으면 좋겠다.

 

 

 

또 하나. 도대체 왜 나 몰래 내 휴대폰을 만지는 걸까. 그게 매너 없는 행동이라는 거 다 아실 만한 분들이.

지난해 겨울, 엄마는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메세지를 나 몰래 보셨다.

“닭살이다.”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 연애질이냐?” 잔소리가 돌아왔다.

“아, 왜 내 휴대폰을 봐요?”

아들을 반항아로 만든 건 엄마다. 그래도 엄마는 당당하셨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으냐”고. 아무리 아들이래도 이건 스토킹이다.

내가 지문인식 잠금 휴대폰을 산 것도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부모님의 매너 없는 행동, 솔직히 비호감이다.

 

 

 

내 나쁜 점만 보시는 것도 불만스럽다. 지난해 학급면담 때의 일이다.

“태균이는 성적도 좋은 편이고요, 프로젝트나 숙제도 열심히 잘하고 있어요.”

담임 선생님께서는 분명 나에 대해 좋은 점을 수십가지 얘기해주셨다.

하지만 좋은 얘긴 잠깐 기분 좋게 듣고 잊으신 걸까.

“태균이가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지 않다”는 말만 머릿속에 새기신 모양이다.

내가 공부를 안 할 때, 성적이 떨어졌을 때 그때마다 엄마는 선생님의 그 말씀을 들춰내 잔소리를 하신다.

물론 단점이야 곱씹어가며 고쳐야 하는 게 옳다. 아, 그래도 그렇지. 꼭 그렇게 나쁜 점만 들춰야 하나.

적어도 내겐 역효과인 것 같다.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있듯, 따끔한 충고도 필요하지만 위로와 격려가 효과적일 때도 있다.

 

 

 

성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살짝 부담스럽다.

부모님은 항상 내 실력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시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을 비롯해 대한민국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한다”고 얘기하시는데,

솔직히 좀 억지인 것 같다.

학교는 입시공부뿐 아니라 인성교육도 하는 곳이고, 학원은 말 그대로 학교에서 못 한 공부를 보충하는 곳 아닌가?

한데 부모님은 내 학교생활보단 학원생활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학교에서 피곤해서 졸았어” 이렇게 얘기할 땐 “키 크려고 그러나 보다. 쉬엄쉬엄해” 하시던 분들이

“학원에서 졸았다”고 할 땐 “돈 내고 졸러 가냐.

학원에서 공부를 안 하니까 학교(성적)에서도 그 모양”이라며 펄쩍 뛰실 땐 좀 난감하다.

똑같은 얘기라도 학교 선생님 말씀보다는 학원 선생님 말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것도 그렇고.

엄마, 아빠가 이러시니 나는 학교에서보다 학원에서 더 열심히 생활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공부가 학생의 본분이니 열심히 하긴 한다. 그래도 가끔은 실의에 빠지곤 한다.

‘나는 뭐하려고 이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나는 ‘학생’으로서의 지금 이후, 앞으로 사회에 나가 어떻게 살지 많이 고민한다.

하지만 부모님과의 대화는 80~90%가 공부에 대한 얘기다.

공부는 미래로 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삶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가끔씩 궁금해진다.

엄마, 아빠는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나를 지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부모님과 통하고 싶은 아들, 김태균